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보수 및 현실적인 어려움
장애인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 8시간 총 40시간을 이수하였습니다. 교육을 준비할 때는 기대를 한껏 하며 시작하였지만, 교육이 끝나갈 때쯤에는 모든 것이 현실적이지 않고 활동을 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단순히 ‘일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삶의 동반자입니다. 식사, 세면, 배변 등의 기본적인 신체 활동 지원부터, 외출 동행, 정서적 교류까지 활동지원사가 하는 일은 단순 노동이 아닌 고도의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이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혹합니다. 2025년 기준 활동지원사의 시급은 1만 2천 원 선입니다. 겉보기엔 최저시급보다는 조금 높지만, 그 이면에는 무급 대기시간, 이동시간, 야간·주말 수당의 불충분, 계약 불안정 등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실질 시급은 8천 원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하고도 월 수입이 100만 원대에 불과한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활동지원사의 고용 형태는 대부분 ‘시간제’입니다. 이용자 스케줄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하루 2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에 같이 가야 하거나 갑자기 긴급 상황이 생기면 대체 인력이 부족해 본인의 일정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프거나 쉬고 싶어도 맘대로 쉴 수 없다는 점, 이 일의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신체적 부담도 큽니다. 휠체어 이동을 도와주거나, 목욕이나 옷 갈아입히기 등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리나 손목을 다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부정확한 자세나 환경 탓에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사의 안전은 상대적으로 뒷전입니다. 산재 보장은 형식적이고, 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정서적인 소진이 큽니다. 이용자와의 관계가 좋을 때는 서로를 의지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인권 개념이 부족한 일부 이용자나 가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돌봄 노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원사는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중간기관 역시 갈등 중재보다는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활동지원사들은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한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나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지속가능하려면, 단지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활동지원사도 하나의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보수, 안정된 근무 여건, 교육 및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사회의 필수 노동입니다. 이들이 더 존중받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우리 사회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돌봄이 아니라, 삶을 함께 사는 일입니다” – 활동지원사 김현숙(가명) 씨의 이야기
“처음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이건 누군가의 ‘삶’을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더라고요.”
10년째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현숙(가명) 씨. 그녀는 아침 7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대상자 집으로 이동해 아침 식사 보조, 복약 확인, 세면 지원 등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업무는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절대 가볍지 않다.
“대부분은 지체 장애나 중증 지적장애가 있으신 분들이에요. 간단해 보이는 세수나 식사도 옆에서 손을 잡아드려야 하고, 실수하셔도 꾸짖는 대신 차분하게 다시 반복해드려야 해요. 하루에 ‘괜찮아요’라는 말을 몇십 번은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정성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은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시급이 1만 2천 원이라고 해도, 실제로 쉬는 시간 없이 움직이고, 중간에 이동시간은 무급이에요. 두 집을 오가는 데 1시간 걸려도 그건 제시간이에요. 하루에 4시간 일했어도 실제론 7시간이 지나 있죠.”
김 씨의 월수입은 평균 120만 원 안팎. 그것도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면 그대로 수입도 날아간다..
“이번 달엔 대상자 한 분이 입원하셔서 2주 동안 일이 없었어요. 그럼 그냥 무급이에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대체 인력도 없고, 저희는 쉬면 그대로 ‘0원’이에요.”
가장 힘든 건, 감정적인 소진이다.
“좋은 분도 많지만, 일부는 무시하거나, 가족들이 ‘헬퍼’ 취급해요. 말 한마디 없이 집안일을 당연하게 시키거나, 쉬는 시간도 없이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거절하면 ‘다른 사람 알아보겠다’고 하니, 말도 못 하죠.”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씨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 제 손을 잡고 ‘오늘 덕분에 편했어요’라고 말하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져요.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이잖아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바란다. 이 일이 단순한 ‘봉사’나 ‘열정 노동’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우린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의료도, 간병도, 상담도, 가사도 다 하잖아요. 그런데도 처우는 최저 수준이에요. 활동지원사도, 존중받아야 해요.”
김 씨의 말처럼,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 또한, 우리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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